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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시를 쓰는 사람들은 완전한 아이들의 눈을 가져야 한다. 발견하는 눈, 경이를 느끼는 눈, 자유로운 눈! 류경일은 바퀴 달린 집 에서 어른이 보는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만의 눈으로 사물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어른이 바라보는 아이들의 세계란 결국 어른이 아이를 사칭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어른들이 쓴 동시들이 어른-아이의 눈으로 본 세계를 그려낸다. 그것은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상상의 기발함, 천방지축의 엉뚱함, 우연성의 돌출, 놀이의 우주적 신명이 배제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논리와 합리 속에서 사물들을 재배치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초논리와 비합리 속에서 논다. 류경일은 아이의 눈으로, 아이의 가슴으로 세계를 본다. 류경일의 ??바퀴 달린 집??에 실린 55편의 시들이 주는 느낌은 싱싱하고 엉뚱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솔직하다. 이를테면 ?산은?과 같은 시에서 “산은 자꾸 엎드려야 먹을 걸 준다”는 세계에 대한 천진한 이해는 선행 지식의 관습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성묘 가서BR 할아버지 산소 앞에 엎드려 절하고BR 사과 한입 얻어먹었다산을 내려오다 목말라BR 조그만 샘물에 노루처럼 엎드려BR 물 한 모금 얻어마셨다산은 자꾸 엎드려야 BR 먹을 걸 준다BR 자꾸자꾸 껴안아줘야BR 사랑을 베푼다BR ――「산은」 이 동시는 성묘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것이다. 어른-아이라면 조상에게 엎드려 절하는 것의 뜻을 먼저 헤아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시의 서정적 주체는 “엎드려” 절한 뒤 먹은 사과 한 입의 경험과, 산을 내려오다 샘물을 만나 노루처럼 “엎드려” 마신 물 한 모금의 기억을 선명하게 되새긴다. 엎드렸더니 사과도 생기고, 물도 생긴다는 사실이 신기한 것이다. 아, 그렇구나! 산은 “엎드려야” 먹을 걸 주는구나!  BR 싱싱함과 엉뚱함 그리고 솔직함과 따뜻함BR 산언덕 이모집 지붕BR 사촌형 썩은 이도 받아주고BR 민들레 씨앗도 받아 키우는BR 꿈 많은 그 지붕은BR 힘센 바람만 불면BR 휙 날아가BR 돌배나무 옆에 눕기도 하고BR 이웃집 담벼락에 기대기도 한다며칠 전 이모부는 BR 지붕 위에BR 차바퀴를 빙 둘러 얹었다BR 꿈 많은 지붕을 위해BR 바퀴를 달아주었다BR ――「바퀴 달린 집」표제시 바퀴 달린 집 은 바람에 자주 날리는 지붕을 고정시키느라 자동차 타이어를 둘러 얹은 지붕을 보고 느낀 걸 시로 쓴 것이다. 아이는 슬쩍 사실관계를 뒤튼다. 저 산언덕에 서 있는 이모네 집 지붕은 “사촌 형의 썩은 이도 받아주고”, “민들레 씨앗도 받아 키우는” 곳이다. 그러나 지붕은 힘센 바람 앞에서는 꼼짝을 못한다. 바람이 불면 지붕은 “휙 날아가” “돌배나무 옆에 눕기도 하고”, “이웃집 담벼락에 기대기도 한다”. 지붕은 저의 힘없음을 스스로 보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모부가 자동차 타이어를 얹어 힘센 바람에도 날리지 않게 해준다. 그러나 아이는 그걸 “꿈 많은 지붕”에 달린 “바퀴”로 받아들인다. 아이는 지붕이 제 꿈을 위해 그 바퀴를 굴려 어디론가 달려가는 상상을 했음에 분명하다. 북촌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BR 철석이는 남쪽 하늘 밑BR 남촌 고모 집을 향해 BR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얹으면 얹을수록 가벼워지는BR 바람을 등에 지고BR 보리밭길 지나 BR 강변 둑길을 냇물처럼 흘러갑니다변덕꾸러기 그림자가BR 가시밭으로 손을 끌기도 하고BR 빨간 까치밥 열매가 BR 곯은 배를 채우라고 꼬드기지만 그럴 때마다 바람이 곧장 가라고 BR 슬며시 등을 떠밀어줍니다  지난봄 큰 불로 BR 철석이가 부모님을 잃은 뒤부터 BR 바람은   BR 철석이를 동생처럼 데리고 다닙니다BR ――「바람」류경일의 좋은 동시들은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낼 때 더 생기와 깊이가 생

저자소개

1964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땡감나무 일기 가 당선되었습니다. 현재 창원시청에서 홍보일을 하고 있으며 마산·경남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집 빗방울 듣고 나는 말한다  흙비  등이 있습니다.